당대 청바지 브랜드 신문광고 스타일 비교, 오늘은 청바지 한 장에 멋이 걸렸다. 리바이스, 게스, 스톰 청바지 스타일을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청바지는 단순한 의류를 넘어 ‘정체성’이 되었다. 브랜드 하나가 세대의 감성과 스타일을 대변했고, 거리에서 누군가 입고 있는 청바지의 로고만으로도 그 사람의 취향과 성향을 가늠할 수 있었다. 그 중심에 있던 브랜드가 바로 리바이스(Levi’s), 게스(GUESS), 그리고 우리나라 청바지 브랜드의 자존심 스톰이다.
이들은 각기 다른 전략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그 차이는 광고 스타일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세 브랜드의 광고가 보여준 감성과 메시지를 통해, 청바지가 어떻게 ‘멋’을 설계했는지를 살펴보자.
리바이스 – 자유와 반항의 아이콘
리바이스는 ‘청바지’라는 개념 자체를 만든 브랜드다. 미국 서부 개척시대 광부들의 작업복에서 시작해, 20세기 중반엔 제임스 딘과 마를론 브란도가 입으면서 청춘과 반항의 상징이 됐다. 한국 시장에서 리바이스는 특히 90년대 중후반부터 강렬한 광고 캠페인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리바이스의 광고는 스토리텔링 중심이었다. 단순히 모델이 청바지를 입고 포즈를 취하는 수준이 아니라, 짧은 영화처럼 하나의 이야기를 전달했다. 남녀의 엇갈린 로맨스, 자유로운 여행, 댄스 배틀 같은 소재가 등장했고, 그 중심엔 언제나 리바이스 청바지를 입은 주인공이 있었다. 배경 음악도 당시 최신 트렌드에 맞춘 록이나 힙합이 많아, 광고 자체가 하나의 ‘뮤직비디오’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대표적인 슬로건은 “Live Unbuttoned”, 즉 단추를 풀고 살아보라는 메시지. 청바지를 단지 입는 옷이 아닌, ‘틀을 깨고 자유롭게 살아가자는 선언’으로 포장한 것이다. 리바이스 광고 속 인물들은 뭔가 기존 질서에 반하는 듯한, 자유롭고 과감한 선택을 하고 있었고, 그 행동이 청바지 한 장과 연결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게스 – 관능과 미스터리의 미학
게스는 1980년대 미국에서 출발한 브랜드로, 리바이스보다 늦게 등장했지만 전혀 다른 전략으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게스 광고의 키워드는 “관능”, 그리고 “시네마틱한 미스터리”였다.
90년대 게스 광고는 대부분 흑백 톤이었고, 마치 고전 영화의 한 장면처럼 연출됐다. 모델들의 표정은 도도하고 비밀스러웠으며, 섹시함이 묘하게 절제되어 있었다. 당시 등장한 모델 중에서는 클라우디아 시퍼, 드류 배리모어, 안나 니콜 스미스 등 수많은 톱모델이 있었다. 이들은 단순히 청바지를 입은 ‘광고 모델’이 아니라, 어떤 영화 속 주인공처럼 연출되었다.
광고 이미지에는 종종 고전적인 스포츠카, 서부 영화에 나올 법한 배경, 혹은 불안한 도시의 밤 장면이 함께 등장했고, 이 모든 것이 한 장의 청바지를 중심으로 극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
게스의 광고가 리바이스와 달랐던 점은 ‘자유’보다는 ‘정체성’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리바이스가 당신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었다면, 게스는 “우리는 이런 분위기의 사람을 위한 청바지야”라고 메시지를 던졌다.
한국에서는 게스가 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까지 특히 여학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광고 속 미스터리한 이미지 덕분에 ‘게스를 입는 사람 = 시크하고 세련된 사람’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스톰 – 한국형 스트리트 감성의 대표주자
스톰은 1990년대 중후반, 국내에서 급성장한 청바지 브랜드다. 외국 브랜드가 점령한 청바지 시장에서 ‘국산 브랜드도 멋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준 첫 사례였다. 스톰 광고는 앞서 두 글로벌 브랜드와는 또 다른 느낌을 주었다. 거칠고, 직접적이고, 거리의 감성이 살아있는 스타일이었다.
스톰은 당시 대한민국의 스트리트 문화를 반영한 광고를 만들었다. 힙합, 그래피티, 스케이트보드 같은 하위문화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차용했고, 모델도 톱스타보다는 실제 거리의 젊은이들 같은 인물들이 많았다. 카메라 앵글도 낮고 왜곡된 구도로 구성되어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른바 ‘비주류의 멋’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스톰의 슬로건 중 하나는 “Denim is attitude”, 즉 청바지는 태도라는 말이었다. 옷의 가격이나 브랜드 네임보다, 어떻게 입느냐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당시 유행하던 ‘스포티 스트리트 룩’의 상징이 되었다.
스톰 광고의 또 하나의 특징은 패션 잡지와의 콜라보였다. 당대 인기 있던 ‘쎄씨’, ‘에꼴’ 등의 잡지에 대형 화보를 싣고, 콘서트와 연계된 마케팅을 하며 청소년 문화를 겨냥한 전략을 펼쳤다. 특히 2000년대 초반에는 젊은 가수, 아이돌과 협업하면서 브랜드의 인지도를 급상승시켰고, 청바지를 중심으로 ‘패션과 음악이 만나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청바지 한 장이 말해준 것
청바지는 단지 패션 아이템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자화상이었다.
리바이스는 자유와 도전, 게스는 감성과 스타일, 스톰은 거리의 태도와 에너지로 청춘의 감정을 표현했다.
광고는 그 브랜드의 철학과 고객을 향한 메시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창이다. 단 한 장의 이미지, 단 몇 초의 TV 광고가 브랜드의 정체성을 세우고, 소비자의 마음속에 깊이 각인될 수 있다는 것을 이들 청바지 광고는 잘 보여주었다.
오늘날은 SNS, 숏폼 영상,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대세지만, 한때는 지하철 벽면에 붙은 청바지 광고 한 장, 잡지 속 한 컷의 화보가 ‘멋’의 기준이 되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 우리는 광고 속 그 청바지를 입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 청바지를 입은 그 사람의 삶을 꿈꿨는지도 모른다.